“빚 내서라도 산다” .. 너도나도 모이더니, 최악의 결과에 정부도 ‘진땀’

강남 집값 폭등, 마용성·경기 과천까지 번져
가계대출까지 증가… 정부 ‘긴급 대응’

서울 강남발(發)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더니 마포·용산·성동구(마용성)와 경기 과천, 영등포·양천구까지 번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공개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 84㎡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14억3895만 원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평균 31억4043만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억 원을 넘겼다. 강남구(27억634만 원), 송파구(20억2813만 원) 역시 20억 원을 돌파했다.

집값 급등세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더욱 가팔라졌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0.72%), 강남구(0.69%), 서초구(0.62%) 등 강남 3구의 매매가는 2018년 부동산 시장 활황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3구와 마용성 아파트값이 전고점 대비 평균 100~110%까지 올랐다”며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늘면서 집값이 더욱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갭투자 폭증…강남 3구, 두 달 새 2배 늘어

서울 강남 3구의 갭투자 거래가 급증한 것도 이번 집값 상승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강남 3구에서 발생한 갭투자 의심 거래 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12월(61건) 대비 약 2.19배 증가했다.

거래 금액으로 보면 증가폭이 더 크다. 지난해 12월 1118억5700만 원이었던 강남 3구의 갭투자 금액은 올해 2월 2943억700만 원으로 2.63배 뛰었다.

서울 전체적으로도 갭투자 의심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232건이던 거래 건수는 올해 2월 429건으로 1.84배 증가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 3구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2월 이후 갭투자가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 의원은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에서 갭투자가 급증했다”며 “이런 오락가락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완화, 규제 해제… 정부가 시장을 키웠다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은 4조3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9조7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큰 폭으로 늘었다. 2월 한 달 동안 5조 원이 증가했으며, 은행권 대출은 3조5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집값 상승이 투기나 시장 교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삐 풀린 집값에 토허제 재지정·확대 초강수

정부가 갑작스럽게 토허제 해제를 번복하고 강남 3구 및 용산구를 포함한 아파트 지정 대상 지역을 확대한 결정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토허제는 강남 3구에서 이른바 ‘갭투자’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 이 제도가 해제되자마자 아파트를 비롯해 강남 3구 내 다른 단지와 인근 마용성 지역까지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은 정부가 토허제를 너무 성급하게 해제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해제 후 급격히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번 토허제 확대 시행으로 당장은 거래량과 거래 가격이 주춤할 것으로 보이나,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아 토허제 자체가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결정이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부의 이번 정책 변화가 갖는 의미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