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 쓴 마스크가 이미 성능을 잃은 제품이었다면 어떨까. 사용기한이 만료된 KF94 보건용 마스크 8만 2,000장을 사용기한 변조 방식으로 재판매한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사로 드러났다.
유통업자 1명과 마스크 기기설비업자 1명은 지난해 1월 제조사를 속여 폐기 예정 마스크 8만 2,000장을 무상으로 인수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포장에 인쇄된 사용기한을 약품으로 지운 뒤 ‘2028년 3월 25일’로 재기재하는 방식으로 약 3년을 연장·변조해 재판매했다.
제조 번호까지 전량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의 덜미를 잡은 것은 식약처 공무원의 현장 점검으로, 표시 사항이 흐릿하고 제조 번호가 없는 마스크를 발견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2만 7,000장은 유통·기부로 소진, 5만 5,000장 압류
식약처 수도권 식의약 위해사범조사TF는 지난달부터 유통 단계를 추적해 피의자 2명을 검거하고, 보관 중이던 마스크 5만 5,000장을 압류해 추가 유통을 차단했다. 송대일 TF 팀장은 브리핑에서 “2,000장은 온라인을 통해 유통됐고, 2만 5,000장은 세금 감면을 위한 자선단체 기부로 소진됐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는 자선단체 기부가 세금 감면 목적과 연결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부 경로가 불법 유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MB 필터, 기한 지나면 성능 보장 불가
보건용 마스크의 사용기한은 단순한 행정 기준이 아니다. 마스크 핵심 구성 요소인 MB(멜트블로운) 필터는 정전기 원리로 미세입자를 차단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전기 특성이 소멸하면서 차단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송대일 팀장 역시 “마스크 MB 필터의 성능 때문에 사용기한이 정해지며, 기한이 지난 제품은 성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KF80(80% 이상 차단), KF94(94% 이상), KF99(99% 이상) 등 기준에 따라 마스크를 허가하며, 이 성능은 허가된 사용기한 내에서만 유효하다. 세탁 후 재사용하는 경우에도 필터 구조가 손상돼 차단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구매 전 반드시 KF 표시·식약처 허가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소비자 주의를 당부한다. 제품 포장에서 ‘의약외품’과 ‘KF’ 표시를 확인하고,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허가 여부를 직접 조회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 범죄를 넘어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위반 행위다. 변조 마스크 유통이 온라인 판매와 기부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비자 스스로 제품 진위를 검증하는 습관이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