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 생존 위한 역대급 공조
1·2위 철강사 美에서 손잡나

국내 철강 업계에서 오랜 라이벌이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땅에서 뜻밖의 ‘동행’을 모색 중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치열한 경쟁 대신 전례 없는 협력을 택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 속, 한국 철강업계가 생존과 반격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 철강 1위 기업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투자에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철강 업계에선 이를 두고 “역대급 빅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1·2위 업체가 미국 현지에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9년을 목표로 루이지애나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전체 투자액은 58억 달러(약 8조 5천억 원)이며, 이 중 절반은 외부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 협력 파트너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미국의 고율 철강 관세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미국 시장은 트럼프 정부 2기에 접어들며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가부과되고 있다. 한국산 철강은 기존의 무관세 쿼터제에서 제외돼 직접적인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중국 줄이고 미국으로”… 포스코의 해외 전략 전환

포스코는 이미 미국을 글로벌 전략 시장으로 정하고 자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장자강 제철소 등 중국 내 저수익 자산을 정리하고,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시아 등 비핵심 사업체도 매각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수천억 원의 현금을 미국과 인도 등 핵심 시장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역시 “인도와 북미에서 소재부터 제품까지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철강 산업 특성상 수요처 인근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이 운송비와 관세 문제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수출 쿼터 제한이 완화된 대신 품목별 25% 관세가 적용되면서, 현지 생산 없이 시장을 공략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스페셜티 철강으로 美 시장 돌파구 찾는다

철강업계의 또 다른 생존 전략은 고부가가치 소재, 이른바 ‘스페셜티’ 강화다.
현대제철은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초고강도 전기차 강판을 가공·공급하며 기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LNG 탱크용 신소재 ‘고망간강’을 앞세워 세계 최초 기술 경쟁에 나섰다. 고망간강은 기존 니켈강 대비 강도가 높고 가격도 30% 저렴해 LNG 수요 증가에 맞춰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철강업계 전반에서 스페셜티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명확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일반 강재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대체 불가능한 고급 철강재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라며, “차별화된 소재 개발이야말로 관세 장벽을 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동행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철강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에 두 기업의 협력은 ‘K-철강’의 생존 전략이자, 세계 시장을 향한 반격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세계를 상대할수밖에 없는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