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생계인가 위험인가
한 달 29만원, 대가로는 목숨
노인을 삼킨 일터의 그림자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이 작업 중 사고로 숨지는 일이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최근 전북 장수군에서 발생한 사고를 포함해, 매년 20명 이상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이 일하며 받는 보수는 한 달 기준 약 29만원 수준으로,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고령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선택지다.
위험한 생계, 값싼 노동

문제의 현장은 풀과 나뭇가지가 빽빽이 자란 가파른 경사의 농수로였다.
70대 정 씨는 A 씨와 함께 작업 중이었고, 정 씨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안쪽 나뭇가지를 치우는 역할을, A 씨는 위에서 그 가지를 받아 정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작업 도중 A 씨가 갑자기 2미터 아래로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장에 있던 노인들은 “고무신을 신고 보호 난간 안쪽에서 일하다 발을 헛디딘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보다 앞서 불과 사흘 전, 고창군에서는 잡초를 제거하던 또 다른 80대가 대형 탱크로리에 치여 사망했다.
고령자들이 참여하는 공공형 일자리는 도로 정비나 환경 미화처럼 육체적 부담이 큰 일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이 받는 보수는 한 달에 고작 29만원 남짓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비극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 중 사고로 부상당한 인원은 2024년 기준 3,457명에 달한다.
사망자 수도 연평균 2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단순 골절에서부터 추락사까지, 사고의 양상도 다양하지만 이들을 막을 마땅한 안전장치는 거의 없다.
노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일자리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연금소득은 80만원 수준으로, 이는 1인 가구 기준 최저 생계비 134만원에도 못 미친다. 그러니 29만원이 ‘용돈’이 아니라 ‘생계비’가 되는 현실이다.
5년째 일자리에 참여 중인 이 모(70대)씨는 “그 돈으로 손주 용돈도 주고 겨우 생활을 이어간다”며 “사고 소식을 들으면 불안하지만 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하는 노인’이라는 착시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5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한 노년’의 지표는 아니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여전히 38.2%로 OECD 1위다. 게다가 이들 일자리의 60%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단순노무직 비중도 3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이 노인 취업 증가의 전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생존을 위한 강제 노동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노인의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 일터가 곧 생명을 앗아가는 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