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룡 흔드는 천무
“돈보다 중요한 것은 자주국방”
한화 김승연 회장의 뚝심

20년 넘게 지켜온 록히드마틴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다연장로켓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온 미국 방산 공룡의 아성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가 정면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폴란드 5.6조원, 노르웨이 1.3조원, 에스토니아 4400억원 등 최근 3개월 동안 7조원 이상의 수출 계약이 쏟아졌다. 여기엔 ‘하이마스 대안’을 찾던 유럽 국가들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폴란드에서만 누적 12.8조원어치를 팔아치운 천무의 성공 방정식은 명확하다. 화력은 2배, 가격은 절반, 그리고 납기는 빠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다연장로켓이 급한 국가들은 하이마스 대기 순번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천무가 실전 검증까지 마치면 시장 판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마스보다 강하다… 12발 vs 6발의 압도적 화력

천무와 하이마스의 운용 인력은 동일하게 3명, 항속거리도 450km 이상으로 같다.
하지만 전장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건 탑재량이다. 하이마스가 70km 사거리 로켓을 최대 6발 쏠 때, 천무는 80km 로켓을 12발 쏜다.
사거리 160km 로켓은 8발, 290km 장거리 로켓도 2발까지 탑재 가능하다. 2개 포드(Pod) 구조로 설계된 천무는 하이마스의 1개 포드 대비 전술적 유연성에서 압도적이다.
가격 경쟁력도 무시 못 한다. 하이마스 발사대가 70~80억원인 데 반해 천무은 30~40억원 수준이다. 화력은 2배, 가격은 절반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 가성비는 4배 수준으로 분석된다.
재정 압박을 받는 유럽 국가들에게 천무가 필수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실패해도 좋다”… 김승연의 10년 베팅이 만든 기적

천무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방부가 차기 군단급 화력체계 도입을 고민할 때, 한화 내부에서는 자체 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임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내에 다연장로켓 개발 경험이 전무했고, 실패 시 수백억원이 날아갈 판이었다. 해외 도입이 안전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이 “실패해도 좋다. 자주국방 기술력 확보가 먼저다”라고 주장하며 천무 개발을 밀어붙였다. 결국 5년간의 개발 끝에 2013년 체계 개발을 완료했고, 2015년부터 한국군 전방과 서해 5도에 배치됐다.
당시만 해도 수출은 ‘먼 미래’ 이야기였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모든 걸 바꿨다. 동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다연장로켓을 찾기 시작했고, 하이마스 대기 순번은 2030년까지 밀렸다. 천무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한화는 “고객이 원하는 환경에 맞춰 플랫폼을 진화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단순 무기 판매가 아닌 ‘맞춤형 방산 솔루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록히드마틴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하이마스의 실전 경험과 NATO 호환성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지만, 천무은 ‘빠른 납기 + 높은 화력 + 합리적 가격’이라는 3박자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폴란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한 유럽 생산 거점 구축, 노르웨이 사례처럼 고객 맞춤형 기술 적용 전략은 천무를 단순 ‘하이마스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2026년, 한국 방산의 새로운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