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18개월→10개월 단축하면”…기초 전술 습득 급감, KIDA ‘전투 숙련도 유지 어렵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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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사이 병력 11만 명이 사라졌다. 2019년 56만 명이던 상비군은 2025년 7월 기준 45만 명으로 쪼그라들었고, 감소율은 약 19.6%에 달한다. 2050년에는 37만 명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전망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군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국방혁신 4.0’이다. 2029년까지 드론 5만 대를 배치하고, AI 경계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2만 2천 명인 최전방 경계 병력을 6천 명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사람이 빠진 자리를 기계로 채우겠다는 논리는 얼핏 합리적으로 들린다.

AI 경계작전 드론 관리 현장
AI 경계작전 드론 관리 현장 / 연합뉴스

그러나 이 청사진 뒤에는 치명적인 역설이 숨어 있다. 장비를 사들이는 속도와 그 장비를 다룰 사람을 키우는 속도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드론 발사대만 쌓이는 전방 부대

보병 1개 분대의 역할을 드론 1개 팀이 대체하려면, 기체를 조종하는 병사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신망을 유지하는 전문가, 센서와 회로를 실시간으로 수리하는 숙련된 정비병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드론전사 양성 훈련 현장
드론전사 양성 훈련 현장 /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기술 인력이 군 안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론을 정비하고 AI 체계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은 민간 시장에서도 높은 대우를 받는 귀한 자원이다.

초급 간부와 부사관들은 낮은 보상과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전역을 선택하고 있고, 정비병 처우는 민간 기업과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전방 부대에는 드론 발사대만 가득 쌓이고 있지만, 전파 교란이나 기계 결함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손’은 없다. 수조 원을 들여 장비를 구입할 수는 있어도, 그 장비를 굴릴 인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국방드론정비사 자격 제도
국방드론정비사 자격 제도 / 뉴스1

CSIS가 경고한 ‘교리 없는 기술 도입’의 함정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드론 전쟁의 승패가 보유 대수가 아니라 교리와 소프트웨어 인프라에서 결정된다고 분석한다.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얼마나 빠르게 지휘관에게 전달하느냐, 전자전에 대비한 통신 보안이 얼마나 철저하냐가 실전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한국군은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앞세워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드론 부대와 유인 부대가 어떻게 협동 작전을 전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교리와 훈련 시나리오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KIDA 역시 복무기간을 18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하면 기초 전술 습득 기간이 급감해 전투 숙련도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공식 경고한 바 있다.

드론 조립·정비 장병 장면
드론 조립·정비 장병 장면 / 뉴스1

전자전이 발생하는 순간 드론 통신이 두절되고, 현장 정비 인력 부족으로 실시간 복구가 불가능해지면, 단 몇 차례의 교전만으로 무인 전력 전체가 마비되는 시나리오는 가상이 아니다.

‘깡통 부대’ 막으려면 인사 혁신이 먼저다

정비 인프라와 기술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무인화는 안보 공백을 가리는 거대한 착시에 그칠 수 있다. 진정한 무인화의 출발점은 장비 구매 계약서가 아니라, 전문 기술 인력을 군에 붙잡아 둘 수 있는 파격적인 처우 개선과 정비 시스템 구축이다.

소총병 한 명을 줄이는 데만 몰두하고, 고도의 기술병 한 명을 어떻게 군에 남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2029년 드론 5만 대 배치 목표는 숫자에 불과해진다. 사람이 없어서 기계를 도입했는데, 그 기계마저 사람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역설을 직시하지 않는 한, 국방혁신 4.0은 병력 절벽을 메우는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를 예약하는 정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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